결혼 전에 재산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조옥아 · 2026년 9월 28일
결혼을 앞둔 조나미씨는 호주에 본인 명의의 주택과 사업체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에도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있었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은 “결혼 전에 재산관계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했습니다.
조나미씨는 처음에는 혼전계약이 마치 이혼을 미리 준비하는 것처럼 느껴져 파트너에게 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한국에도 부부재산약정이라는 제도가 있고, 호주의 Binding Financial Agreement(BFA)와는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부부재산약정
한국 민법은 부부가 혼인 전에 재산관계에 관하여 약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부부별산제를 취하고 있어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각자의 재산으로 봅니다. 다만 부부재산약정을 통해 혼인 중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자가 보유한 부동산이나 예금, 사업체 지분,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받은 재산의 관리방식을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혼가정,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상당한 증여나 상속이 예상되는 경우 또는 한국과 호주 양국에 재산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약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부부재산약정은 반드시 결혼 전에 해야 합니다
한국의 부부재산약정은 반드시 혼인 전에 체결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혼인 후에는 민법에서 정한 부부재산약정을 새롭게 체결하기 어렵고, 혼인 전에 체결한 약정 역시 혼인 후에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통해 변경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부재산약정의 효력을 부부 사이에만 미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채권자나 상속인 등 제3자에게도 주장할 것인지에 따라 등기 여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부부재산약정은 단순히 결혼 전에 계약서 한 장을 작성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그리고 그 약정의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받을 것인지까지 고려하여 준비해야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의 BFA와 무엇이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이혼 시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호주의 BFA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관계가 종료될 경우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부부재산약정은 기본적으로 혼인 중 부부의 재산관계를 정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이혼하면 서울 아파트는 남편이 가지고 다른 재산은 아내가 갖는다”는 식으로 장래의 재산분할 결과를 직접 확정하는 계약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혼인 전에 보유한 재산이나 부모로부터 증여·상속받은 재산의 소유관계를 명확하게 정해 두었다면, 향후 분쟁에서 재산의 형성과정이나 당사자의 의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호주의 BFA도 절차가 중요합니다
호주의 BFA 역시 단순히 두 사람이 계약서에 서명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각 당사자가 독립적인 법률자문을 받는 절차도 중요합니다.
또한 한국의 부부재산약정과 달리 호주의 Financial Agreement는 상황에 따라 결혼 전뿐 아니라 혼인 중 또는 관계 종료 이후에도 체결할 수 있고, 사실혼 관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호주에 재산이 있다면
한국과 호주 양국에 생활기반이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부라면 단순히 ‘혼전계약서 하나를 작성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작성한 부부재산약정이 호주에서 BFA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호주에서 작성한 BFA가 한국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결혼 전에 재산관계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과 호주에 각각 상당한 재산이 있는 경우
- 재혼가정으로 전혼 자녀가 있는 경우
- 부모로부터 상당한 증여나 상속이 예상되는 경우
- 한 배우자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 결혼 전 두 사람의 재산 규모에 큰 차이가 있는 경우
혼전계약이나 부부재산약정은 반드시 이혼을 준비하기 위한 문서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결혼 전에 서로의 재산과 부채를 확인하고,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나 사업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미리 논의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부부재산약정과 호주의 BFA는 비슷해 보이지만 체결 시기, 법적 효과 및 이혼 시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호주에 걸쳐 생활하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결혼 전에 자신의 상황에 어떤 제도가 적합한지 살펴보고 재산관계를 미리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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