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김현태 · 2017년 2월 7일
서울의 사대문에서 의정부로 가는 길목의 마지막 고갯길이 미아리 고개라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국군과 북한군과의 교전이 치열해서 많은 전사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고개 전체가 피로 물들여졌다고하여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노래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이 미아리 고개를 성신여대입구에서 동소문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고갯길 양 옆으로 운명, 철학관, 역학사 등의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사주나 음양오행 또는 어떤 초현실적인 능력을이용하여 사람의 운명을 점치고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집들이 모여 있었는데 새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이나 성공할 수 있는 회사의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소들도 섞여 있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 미아리 고개의 점성촌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작명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옮겨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1991년에 출판된 이우람 작가의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이름의 소리에는 엄청난 에네르기가 작용하여 그 기운에 따라 본인의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이 실제 과학적으로 얼마나 입증된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평생 사용할 사람의 이름을 결정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 없을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거나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는 사업가들도 이름을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하실 것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름은 간판이 되고, 명함이 되고, 광고가 되고 상품의 표지가 됩니다. 또 해당 업체의 얼굴이 되고 전화를 걸면 처음 들려오는 소리가 됩니다. 너무 흔한 이름이면 동종 업계의 경쟁사와 식별력이 없습니다. 발음하기 어려우면 쉽게 기억할 수 없습니다. 눈에 잘 띄고부르기 쉬우며 판매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와 연관이 있으면 좋은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창업자의 비젼과 가치관까지 담고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시각적으로 미려한 로고를 선택하든, 보통 명사를 선택하든, 또는 지역 이름과 결합된 이름을 선택하든 개개인의 자유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규제가 있고 의무도 있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 개념 중에 회사명/법인명 (company name)과 상호 (business name), 그리고상표 (trade mark)가 있습니다.
이들 모두 법적으로 의미가 다르며 적용되는 법률도 다릅니다. Business Names Registration Act 2011 (Cth)에 의하면 호주에서 상호 (business name)를 등록하지 않고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3,300의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단 개인 사업자의 경우 개인의 이름, 법인 사업자의 경우 법인의 이름을 해당 업체의 상호로 사용하는 경우 상호 등록의 의무가 면제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상호를 등록했다 하더라도 그 이름에 대해 법적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본인이 등록한 상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호를 경쟁업체가 사용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상호를 상표로 등록해야 합니다.
반대로 본인이 사용하는 상호가 동종의 상품 또는 서비스와 관련하여 타인이 이미 상표로 등록해놓았다면 Trade Marks Act 1995 (Cth)에 의거 상표 침해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비즈니스에 사용하는 표장이 원산지 사칭, 상품 출처의 오인, 소비자 오도 및 기만을 야기시키는 행위에 해당되면 Australian Consumer Law 에 의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ASIC에 상호 등록만 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운영하시다가 어느날 느닷없이 상표권자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찾아오시는 의뢰인들이 있습니다.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공연히 사용해오던 상호를 하루 아침에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매우 괴로울 것입니다. 의미 있고 멋진 이름을 비즈니스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조사 수행하고 가능하면 상표 등록을 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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