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법률자료

호주 내 병행수입과 관련된 법률이슈

김현태 · 2020년 10월 1일

호주는 광업, 농축산업 등 1차 산업과 교육, 금융, 관광업과 같은 3차 산업이 발달한 반면, 2차 산업인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국토가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내수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에 이르는데 한계가 있고, 높은 인건비와 엄격한 환경 규제, 까다로운 노동법 탓에 굴뚝 산업이 뿌리 내리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들로 호주는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외 제조사와 호주 소비자 간 수입/통관, 유통, 도/소매 등 여러 단계를 거치다보니 동일한 제품도 해외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또한, 해외 브랜드의 경우 호주 내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해 진출하거나 호주 내 총판권자를 임명하여 영업을 하는데, 이 때 호주 내 독점적 판매를 대가로 로열티를 징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 또한 소비자가의 상승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자연스레 병행수입이 활성화 될만한 시장인 셈이다.  

□ 병행수입이란 

병행수입(parallel importing)이란 국가간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차를 이용하여 저렴하게 판매되는 국가에서 제품을 공급받은 후 비싸게 판매되는 국가로 수입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공식적인 루트 (호주 내 판매법인, 지사 또는 공식 대리점)를 통한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제조사의 직접적인 허가 하에 수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위 짝퉁이라고 하는 모조품(counterfeiting products)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입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병행수입업자, 호주 내 소비자, 호주 당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병행수입에 대한 장,단점은 아래와 같다.  

 병행수입업자 소비자 호주 정부 당국 
장점         해외 제조사와의 수입 계약 체결없이도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자유롭게 구입해서 호주로 수입, 판매 가능.   해외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호주 내 소비자가의 차이만큼 마진을 편취할 수 있음.   기존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에 편승하여 제품 판매 가능. 동일 성능/품질의 정품을 공식 수입 제품에 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  공식 수입처나 대리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제품을 병행수입업자로부터 구입할 수도 있음.  병행수입을 허용함으로써 자율 시장 경쟁을 촉진하여 물가 안정화 도모.  독점 수입/판매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 (가격 담합, 인위적 공급 조정 등) 행위 감소. 
단점 수입시 세관에서 위조상품으로 의심받거나 라벨링 규정 등 위반시 단속받을 수 있음.  호주 실정에 맞게 요구되는 각종 인증 취득 (예:  전기제품의 경우 전압 변경) 필요할 수 있음.  수입 대상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가 어려울 수 있음.   불량 또는 하자 있는 제품의 경우, 소비자로부터 환불, 수리 요구를 받을 수 있음 (해외 제조사에 구상권 청구 어려움) 위조품을 진품으로 속아 구매할 수 있음.  호주 내 안전 인증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   병행수입품에 하자 발생시 수리, 교환, 환불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음.    병행수입을 가장한 위조 상품 수입 차단을 위해 세관에서 철저한 확인 요구.  수입 및 유통되는 병행수입품에 대해 호주 내 안전인증 기준 부합 여부, 부당/과장 광고 여부 모니터링 필요 

□ 병행수입과 관련된 호주 내 법규 

호주에는 병행수입만을 다루는 독자적인 법률이 존재하지는 않고 상표법 (Trade Marks Act 1995)과 저작권법 (Copyright Act 1968) 등 지식재산권법과 소비자법 (Australian Consumer Law), 물품표기에 관한 통상법 (Commerce (Trade Descriptions) Act 1905) 등이 여러 법령에 걸쳐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중 지식재산권법이 과거 호주 내 지정 판매 대리점/총판권자에 의해 병행수입을 저지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최근 관련 법규정이 개정되어 병행수입이 용이하도록 변경되었다 (상세 내용은 아래 참조).  

물품표기에 관한 통상법에서는 호주로 수입되는 제품의 내용 표기, 올바른 라벨 부착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할 경우 제품이 세관에서 압류될 수가 있다. 라벨링 규정에 대해서는 호주 세관의 웹사이트에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제품의 원산지, 성분, 재질, 취급 방법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야 하며, 기존에 부착되어 있는 라벨이 외국어로 되어 있을 경우 반드시 영어로 된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라벨은 제품 종류에 따라 개별 제품 포장에 부착할 수도 있고 여러 제품이 포장된 박스 표면에 부착할 수도 있다. 호주 세관 웹사이트(아래 주소)에 상세한 내용이 게재되어 있다.  https://www.abf.gov.au/importing-exporting-and-manufacturing/importing/how-to-import/requirements/labelling 

병행수입된 제품을 호주 내 판매시 마치 해외 제조사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은 것처럼 (예를 들어, “호주 내 공식 판매처” 등) 광고, 선전시 호주 소비자법을 위반하게 된다. 또한, 호주 소비자법에 따르면 병행상품 수입업자는 본인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품질 보증과 수리의 의무를 가진다. 반면, 호주 내 공식 판매 대리점은 병행수입된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간혹 소비자 중에 제품 구입은 병행수입업자를 통해 하고 수리가 필요시 공식 판매 대리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품임에도 불구하고 보증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수리 요청이 거부될 수 있다.  

□ 병행수입 관련 호주 지식재산권법   

과거 병행상품 수입에 반대하는 호주 내 총판권자, 공식 판매 대리점이 단골 무기로 삼았던 법률이 지식재산권법이었다. 예를 들어, R.A. Bailey & Co.Ltd. v Boccaccio Pty Ltd (1986) 6 IPR 279 케이스에서는 해외 제조사가 와인의 라벨에 포함된 그림이 창작물(artwork)의 일종이라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여 성공하였고 Lonsdale Australia Limited v Paul’s Retail Pty Ltd [2012] FCA 584 케이스에서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사용된 상표권자와 호주 내 상표권자(총판권자)의 명의가 달라 병행수입 제품이 호주 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법원으로부터 판매 금지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후 호주 생산성 위원회 (Productivity Commission)의 권고 사항을 바탕으로 호주 지식재산 법률이 개정되었는데, 병행수입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즉, 병행수입을 금지시키기 위해 더이상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고, 개정 상표법 하에서는 일정 조건 충족시 병행수입품에 사용된 상표가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보다 명확한 방어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 조항에서 요구하고 있는 ‘최소 요건’만 충족시키면 상표권 비침해로 인정되는데, ‘최소 요건’ 이란 ‘합리적인 문의 (reasonable inquiries)’를 통해 제품에 사용된 상표가 상표권자 (또는 상표권자의 승인을 받은 자 등)의 ‘동의’하에 사용된 것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이를 만족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입처로부터 진품증명서 (certificate of authenticity)를 받는 것이다. 또한, 제3국의 공식 지정대리점이 해외 제조사의 공식대리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경우에는 이 확인 의무가 면제될 수도 있다.  

□ 시사점 

결론적으로는 개정 상표법으로 인해 ‘최소요건’만 충족하면 상표권 비침해로 인정이된다는 점에서 병행상품 수입의 벽이 크게 낮아졌다.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 해당 조항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품이 위조상품으로 보이거나 수입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낮거나, 유통과정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상표권자의 침해 클레임에 방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병행수입과 관련된 이슈는 거래 당사자들(해외 제조사, 총판권자, 병행수입업자, 소비자)의 입장이 상이하다. 실무에서는 국제적으로 얽혀있는 총판계약, 라이선스 계약 등의 세부 내용도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관련 사업을 시작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진행하는 것을 권한다.  

면책공고: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 Email: info@hhlaw.com.au / Telephone: +61 2 9233 1411  

Key Contacts

김현태 profile image

김현태

컨설턴트

Related Insights

더 보기

상표,특허,지식재산권 전략 수립 및 관리,저작권,디자인,지식재산권 분쟁

2022년 11월 23일

호주법원, 인공지능이 특허의 발명자가 될 수 없음을 확인 - Commissioner of Patents v Thaler [2022] FCAFC 62

2021년 7월 호주 연방법원은 인공지능 (AI)도 호주 특허의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당사 홈페이지 2021년 9월 17일 칼럼 참조). 이에 호주 특허청은 곧바로 Full Court of the Federal Court of Australia 에 항소를 하였고, 2022년 4월, 재판부는 1심의 결정을 만장일치로 뒤집고 인공지능의 발명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항소 배경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한 연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호주 특허청은1심 단독 재판부인 비치 판사가 특허법 제 15조를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하며, ‘발명자’는 반드시 개인 특허 신청인 혹은 소유자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저작권

2020년 3월 1일

BTS 브랜드 이야기

‘21세기 비틀즈’, ‘글로벌 팝 센세이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아티스트’, 빌보드 뮤직어워즈의 ‘톱 소셜 아티스트’,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등재…이들은 모두 한국의 7인조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 (BTS)을 소개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들입니다. 날마다 새역사를 쓰고 있는 BTS의 인기는 초국가적이며 가히 유명세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BTS의 성공에 힘입어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매출액은 5879억원, 영업이익은 975억원으로 2018년 대비 무려 2배나 껑충 뛰었습니다. 빅히트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무려 4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기

저작권

2019년 11월 2일

콴타스와 캥거루 마크

1920년에 설립된 콴타스 (Qantas) 항공은 네덜란드의 KLM과 콜롬비아의 아비앙카 항공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항공사입니다. 콴타스라는 이름은 Queensland And Northern Territory Aerial Services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유럽과 대양주를 남반구를 통해 연결하는 캥거루 루트 (Kangaroo Route)를 운항한다고 하여 하늘을 나는 캥거루 (Flying Kangaroo)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웁니다. 콴타스의 기체 꼬리에 그려진 캥거루 마크는 콴타스를 상징하는 심볼이 되었는데, 콴타스가 캥거루 마크를 사용하게 된 것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자세히 보기

저작권

2019년 6월 1일

Bossy 했던 미디어 전쟁

호주의 메이저 방송사 중 하나인 네트워크텐(Network Ten)은 2018년 10월 자사 채널명을 대폭 변경하는 브랜드 리뉴얼을 발표했습니다. 네트워크텐은 2017년 미국의 미디어 공룡 씨비에쓰(CBS)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경영난에 처해 인력 구조조정과 일련의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네트워크텐의 브랜드 리뉴얼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지난 27년간 사용해왔었던 타이틀 단어인 “TEN”을 과감하게 버리고 소비자에게 익숙한 숫자 “10”을 기준으로 각 채널 특성에 걸맞은 브랜드를 선보인 것입니다. 즉, 기존의 채널명 “ONE”, “ELEVEN”, “TEN Eyewitness News First At Five”, “ten daily”, “tenplay” 등은 각각 “10 BOSS”, “10 Peach”, “10 News First”, “10 Play”, “10 Daily”로 변경되었습니다.   (네트워크텐의 변경된 채널명, 이미지 출처: https://mumbrella.com.au)  이 중 “10 BOSS”는 “10 Peach”와 더불어 이번 브랜드 리뉴얼의 핵심이었는데, 네트워크텐은 “10 BOSS”라는 단어를 포함한 다양한 로고들에 대한 상표권 확보 차원에서 호주특허청에 출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네트워크텐의 새로운 브랜드 “10 BOSS”에 대해 경쟁 채널 나인(Nine)을 소유한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자세히 보기

저작권

2018년 12월 2일

샤넬과 코카콜라: 소셜미디어 속 지식재산권

2016년 1월 8일 자 시드니 모닝헤럴드 신문에서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20세 여성 샤넬 보닌 (Chanel Bonnin)이 겪은 황당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2011년부터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인스타그램 (Instagram)’ 에서 본인의 이름과 동일한 “@Chanel”을 사용자 이름 (user name)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 왔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샤넬 보닌은 약 2주 전 인스타그램 관리자를 사칭한 계정으로부터 피싱 이메일을 받았고 그 이메일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한 후 본인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이름이 "@chanel827372"로 바뀐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