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교민이 알아야 할 한국 부동산 명의신탁의 법적 위험
- 부동산 신탁과 명의신탁의 차이 및 최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1. 해외 교민들이 자주 마주하는 부동산 명의 문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들 가운데 한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해당 부동산을 본인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 해외 거주로 인해 부동산 관리가 어려워 부모나 형제 명의로 등기한 경우 • 과거 취득 과정에서 편의상 가족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 세금이나 금융, 거래 편의 등을 이유로 지인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이처럼 실제로는 본인이 자금을 부담하여 부동산을 취득했지만 등기 명의는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는 구조를 일반적으로 부동산 명의신탁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히 편의상 선택된 방식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한국 법체계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면 부동산 취득 자금을 부담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는 형식상 ‘신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그 실질이 명의신탁에 해당하는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부동산 신탁과 명의신탁의 차이, 그리고 최근 대법원 판례가 가지는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부동산 신탁과 명의신탁의 구조적 차이
부동산 신탁과 명의신탁은 겉으로 보기에는 “명의와 실질 권리자가 다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법적 성격은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1) 부동산 신탁
부동산 신탁은 신탁법에 근거한 합법적인 재산관리 제도입니다. 신탁법 제2조는 신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거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처분·운용 등을 하도록 하는 법률관계를 말합니다.
또한 신탁법 제31조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가 되며 신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부동산 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며, 위탁자에게 소유권이 유보되는 것은 아니다. 수탁자는 신탁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즉, 신탁의 본질은 수탁자에게 실제 소유권과 관리권이 이전되는 것입니다.
(2) 부동산 명의신탁
반면 부동산 명의신탁은 실질적인 소유자는 따로 있지만 등기 명의만 다른 사람으로 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A가 부동산 매수 자금을 부담하고, 부동산 등기는 B 명의로 하는 경우 이 경우 실질 소유자는 A이지만 등기상 소유자는 B가 됩니다. 과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러한 구조가 사용되었습니다.
• 세금 회피 • 토지 취득 규제 회피 • 채권자 회피 • 재산 은닉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3. 명의신탁과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례
최근 대법원은 형식상 ‘신탁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그 실질이 명의신탁에 불과하다면 신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1) 신탁의 본질에 관한 법리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두34929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신탁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실제로는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고 수탁자가 재산에 대해 아무런 관리·처분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이는 신탁의 본질에 반하므로 신탁법상의 신탁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신탁 여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니라 당사자의 동기, 계약 내용, 권리·의무 관계 및 실제 이행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구체적 사건에 대한 판단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5두35008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였습니다.
• 부동산 등기 명의만 수탁자 명의로 변경된 점 • 수탁자에게 부동산 관리·처분권이 없는 점 • 신탁 보수가 존재하지 않는 점 • 수익자가 실질적인 관리·처분권을 행사한 점 • 위탁자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하고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던 점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해당 계약은 신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명의신탁에 해당하며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 판결은 파기되고 사건은 환송되었습니다.
(3) 판례의 시사점
이번 판례는 신탁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특히 수탁자에게 실질적인 관리·처분권이 없는 경우에는 신탁이 아니라 명의신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4. 명의신탁이 실제로 위험한 이유
실무적으로 명의신탁은 다음과 같은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소유권 분쟁 명의자가 마음을 바꾸거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부동산 처분 또는 반환 거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법적 보호의 한계 명의신탁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실질 소유자의 권리 보호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3) 행정 및 형사 제재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 또는 형사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교민의 경우 이러한 구조를 장기간 유지하다가 상속이나 매각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5. 결론
부동산 신탁과 명의신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유사해 보이지만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 부동산 신탁 →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실제 소유권과 관리권이 이전되는 합법적인 구조 • 부동산 명의신탁 → 실질 소유자와 등기 명의자가 다른 구조로서 원칙적으로 무효
최근 대법원 판례는 형식상 신탁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그 실질이 명의신탁에 해당하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부동산 신탁 구조를 설계하거나 관련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명의신탁으로 판단될 위험이 없는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수탁자에게 실제 소유권과 관리·처분권이 이전되었는지 여부 등 신탁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Key Contacts

홍경일
파트너 변호사

조옥아
Foreign Lawyer
Related Insights
더 보기조세 분쟁,부동산 세무,국제 조세
2026년 3월 23일
호주와 한국, 나는 어느 곳의 거주자인가 - 세금의 범위가 달라지는 기준
“호주에 살고 있는데, 왜 한국에서 세금을 내야 하나요?” - 거주자·비거주자 판정이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 호주로 이민을 온 지 10년이 넘은 홍부장은 최근 한국 국세청으로부터 뜻밖의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소득과 금융소득에 대해 신고가 누락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홍부장은 이미 오래전 한국을 떠났고, 가족도 모두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당연히 한국의 ‘비거주자’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부동산 금융,계약서 검토 등 상사거래 일반
2026년 3월 11일
호주에서 가게나 사무실 임대 시 알아야 할 사항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가게나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은 사업 성패에 직결되는 중요한 결정입니다. 호주의 상업용 임대차(Commercial Lease)는 주거용 임대와 달리 세입자 보호 규정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계약 조건이 훨씬 복잡합니다. 임대 계약은 일반적으로 수년간 지속되며, 중도 해지 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모든 조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부동산 세무,국제 조세,세무 조사 및 조세 분쟁,부동산 금융,유언 · 상속
2026년 2월 16일
한국, 해외신탁 신고의무 본격 시행 – 2026년 6월 첫 신고 기한 도래
호주에서 트러스트(Trust)를 통해 자산이나 사업을 운영하고 계시다면, 2026년 6월부터 한국 국세청에 해외신탁 관련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점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호주에서 트러스트는 매우 일상적인 제도입니다. 가족 자산 관리, 부동산 보유, 사업 구조 설계 과정에서 트러스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며, 이러한 이유로 호주에 거주하거나 호주에 자산을 둔 한국 분들 역시 트러스트 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습니다.
가족 이민,부동산 매매 및 처분,부동산 관련 분쟁,유언 · 상속
2025년 9월 9일
호주 시민권자가 한국에서 사망한다면
“호주 시민권자였던 아버지가 한국에서 돌아가셨습니다” 호주 시민권자 부모의 한국 내 사망, 유족이 마주한 법적 공백 시드니에 거주하던 조나미 씨는 얼마 전 한국에서 생활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습니다. 아버지는 호주로 이민 간 후 시민권을 취득하고 은퇴 후에는 한국에 장기 체류해왔지만,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장례는 무사히 마쳤지만, 조나미씨는 이후 아버지의 한국과 호주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가족 이민,부동산 세무,부동산 매매 및 처분,국제 조세,가사
2025년 5월 30일
한국 국적자가 호주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영주권만 땄는데, 왜 양도세를 이렇게 많이 내야 하는 거죠?” 호주에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한 지 5년 된 조나미씨는 최근 한국에 남겨둔 아파트를 매도하고 뜻밖의 양도세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거주하던 집이라 당연히 ‘1가구 1주택 비과세’ 대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한국 세법상 ‘비거주자’로 분류되어 해당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세법상 거주자 요건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미처 알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국제 조세,세무 조사 및 조세 분쟁,부동산 금융,유언 · 상속,한국법 자문 컨설팅
2025년 5월 21일
한국 → 호주 송금 시, 꼭 알아둬야 할 사항들
“한국에서 송금한 돈… 그런데 이게 불법이라고요?” 호주 시드니에 거주 중인 영주권자 조나미씨는 최근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호주 부동산 가격이 날로 오르면서 더이상 집 마련을 늦출 수 없어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디파짓(deposit)으로 20만 호주 달러가 필요했지만, 준비된 자금이 부족해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습니다. 부모님은 딸을 돕기 위해 본인 명의의 한국 계좌에서 지인 홍사장의 계좌로 원화를 송금했고, 홍사장은 다시 본인의 호주 계좌에서 조나미에게 호주 달러를 이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