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거주하는 조나미 씨는 얼마 전 한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연락에 당황했습니다. 어머니가 “생활비에 보태 쓰라”며 보내주신 5천만 원이 한국 국세청 조사 대상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부모의 지원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던 조 씨는, 한국 세법이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많은 교민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의 증여·상속세는 국적이 아니라 어디에서 실제로 생활했는가, 그리고 자산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집니다. 1년에 183일 이상 한국에서 체류하거나 생활 중심이 한국에 있다고 평가되면 ‘세법상 거주자’가 되고, 이 경우 전 세계 재산이 한국에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지 않더라도, 한국에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이 있다면 해당 자산만큼은 한국 세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10년 동안 5천만 원까지 증여세 공제” 규정은 사실 한국 세법상 거주자인 자녀에게만 적용됩니다. 따라서 호주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송금하는 경우에는 공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생활비나 지원금이라는 명목이라고 해도 그대로 증여로 보아 과세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점을 미처 모르고 송금했다가 뒤늦게 과세 통지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증여 계획을 세울 때 손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손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세율은 다소 높아지지만,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기간이 5년으로 짧아져 전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속 시점이 가까운 고령의 부모가 계신 경우 실질적으로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차용증을 작성해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가족 간 자금 이동을 기본적으로 ‘대여’로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단합니다.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 등 실제 상환 기록이 충분하지 않다면 대부분 증여로 판단됩니다. 특히 상속이 발생하면 피상속인의 계좌 10년 치가 전수 조사되기 때문에 그동안의 금전 이동이 거의 모두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증여·상속에서 중요한 것은 복잡한 세법 자체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거주자성, 그리고 자산의 위치입니다. 이 두 요소만 제대로 이해해도 불필요한 세금 부담과 조사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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